오늘은 피가 내린다

3층

약 13분

철문은 보기보다 무거웠다.

장두가 밀려고 손을 대자 문축에서 긴 소리가 났다. 마치 고양이가 꼬리를 밟힌 듯한 소리였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길을 돌아봤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홍빛 안개가 가로등 아래에 떠서 뭉게뭉게, 거리를 솜사탕 색깔로 감쌌다.

그는 옆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복도는 더 어두웠다. 음성 감지등은 고장 났고, 1층 계단 입구에만 비상등 하나가 초록빛으로 희미하게 켜져 있어 벽지가 벗겨진 벽면을 비추고 있었다. 바닥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그 위에 발자국이 있었다. 많지 않고, 드문드문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발자국은 신선하지 않아 가장자리가 이미 무너져 먼지에 반쯤 덮여 있었다.

그는 발자국을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는 그 냄새를 맡고 있었다.

습하고, 오래된 냄새. 복도에 들어서자 냄새가 더 진해져 거의 맛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 혀 뿌리가 쓰렸다. 마치 녹슨 동전을 입에 넣은 것 같았다. 그는 그 냄새를 알았다. 오늘 아침 꿈에 나온 그 여자에게서 나던 냄새였다. 흠뻑 젖은 옷을 오래 두었다가 다시 꺼낸 냄새.

그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멘트 계단은 모서리가 깨져 있었고, 난간의 쇠는 차갑게 손을 찔렀다. 1층, 2층. 2층 복도에는 골판지 상자 몇 개가 쌓여 있었다. 상자들은 물에 젖어 반쯤 무너져 있었고, 곰팡이 핀 헌 옷이 드러나 있었다. 3층.

3층 복도는 아래 두 층보다 깨끗했다. 바닥의 먼지가 얇았고, 벽지도 비교적 온전했다. 왼쪽 집 문에는 색이 바랜 '福'자가 붙어 있었는데, 거꾸로 붙어 있었고 모서리가 들떠 있었다. 오른쪽 집 문은 닫혀 있었다. 방범문이었고, 어두운 빨간색이었으며, 문고리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계단 바로 맞은편 집은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장두는 계단 입구에 서서 그 문을 바라봤다. 문틈으로 손가락 너비만 한 어두운 빛이 새어 나왔다. 그는 3초를 세고 걸어가 손끝으로 문을 밀었다.

문은 잠기지 않았다.

방 안은 복도보다 더 어두웠다. 그는 벽에 있는 스위치를 더듬어 찾아 눌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다시 눌러도 마찬가지였다. 전기가 끊겼거나 선로가 이미 끊어진 것이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손전등을 켰다.

빛줄기가 훑었다.

원룸 구조였다. 거실은 크지 않았고, 천 소파가 벽에 붙어 있었다. 소파 커버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그 위에 손자국이 있었다. 그의 것이 아니었다. 손자국은 그의 것보다 작고 손가락이 가늘었다. 누군가 얼마 전에 와서 닦은 것 같았다. 탁자 위에는 유리잔이 하나 놓여 있었고, 바닥은 말라 있었으며 물때는 없었다. TV장 위에는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액자는 비어 있었다. 사진은 빠져나가 주변보다 더 하얀 네모난 자국을 남겼다.

부엌은 왼쪽에 있었다.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가 하나 있었고, 뚜껑이 덮여 있었다. 그는 열어보지 않았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침실.

침실 문은 열려 있었다. 더블 침대, 침대 시트는 분홍색, 이불은 가지런히 개져 있었고, 베개는 나란히 두 개였다. 침대 옆 탁자에 스탠드가 하나 있었고, 갓이 기울어져 있었다. 옷장은 닫혀 있었다. 커튼은 쳐져 있었는데, 두꺼운 암막 커튼이어서 창밖의 햇빛을 모두 막고 있었다.

방 안은 매우 조용했다. 피가 귀에서 흐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장두는 핸드폰을 들고 빛줄기를 벽 위로 천천히 옮겼다. 구석에 다다랐을 때 그는 멈췄다.

구석에 거울이 서 있었다.

전신 거울이었다. 사람 키만 했고, 나무 틀에 칠이 벗겨져 있었다. 거울 면은 벽 쪽을 향하고 있었고, 천으로 덮여 있었다. 천은 하얀색이었다. 원래는 하얗지만 지금은 누렇게 변했고, 모서리가 바닥에 늘어져 먼지를 묻히고 있었다.

그는 그 천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문가에 서서 손전등 불빛을 천에 비추니 천의 무늬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그 거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아침 그 여자가 자신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이 거울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걸어갔다.

발소리가 빈 방 안에 크게 울렸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손을 내밀어 천의 모서리를 잡았다. 천은 차갑고 눅눅했다. 오래된 면 천 특유의 뻣뻣함이 손에 느껴졌다.

그가 힘을 주자 천이 떨어졌다.

거울은 검었다. 빛이 닿지 않아서 검은 것이 아니었다. 안에서부터 검게 나오는 것이었다. 거울 면은 마치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고, 손전등 불빛이 닿자 빛이 빨려 들어가 거칠고 기름진 반사만 일어났다.

장두는 핸드폰을 가까이 가져갔다.

거울 표면에 무엇인가 있었다.

처음에는 먼지나 물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글자였다. 거울 안쪽에서 스며 나온 글자였다. 마치 누군가 손가락에 물을 묻혀 유리 뒷면에 글씨를 쓰면 물기가 천천히 번져 앞면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한 글자씩 스며들었다.

주.

당.

두 글자가 스며들고 잠시 멈췄다. 그러고는 다시 몇 글자가 스며들었다.

2019.

.

8.

.

14.

3층.

장두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핸드폰 빛이 흔들렸다. 그는 꽉 쥐었고, 빛줄기는 다시 안정되어 거울 면을 비췄다. 그 글자들은 거울 표면에 또렷하게 떠 있었다. 마치 상처에서 스며 나오는 피처럼, 가장자리는 흐릿하고 가운데는 선명했다.

주당. 2019.8.14. 3층.

그는 그 날짜를 알았다. 오늘 아침에 검색해봤다. 뉴스에서 그 여자는 2019년 8월 14일에 추락했다고 했다.

그는 그 이름을 알았다. 오늘 아침 자신의 입에서 들었다.

그는 '3층'을 알았다. 지금 자신은 3층에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거울 받침을 봤다. 거울 받침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밑부분에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사진은 투명 테이프로 나무에 붙어 있었고, 테이프는 누렇게 변해 모서리가 들떠 있었다. 그는 쪼그려 앉아 핸드폰을 가까이 가져갔다.

사진 속에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긴 머리. 옅은 파란색 원피스. 깃에 작은 꽃 몇 송이가 수놓아져 있었다.

장두의 호흡이 멈췄다.

바로 그녀였다.

꿈에서 침대 발치에 서 있던 여자. 젖은 머리, 옅은 파란색 원피스, 깃에 수놓아진 작은 꽃. 똑같았다. 꽃의 색깔, 수놓인 위치, 원피스의 깃 모양까지 모두 똑같았다.

사진 속 여자는 웃고 있었다. 해바라기 앞에 서 있었고, 햇살이 좋았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고, 바람에 머리카락 한 가닥이 흩날렸다. 그녀는 스물일곱이나 스물여덟 살쯤 되어 보였다. 매우 젊고 평범했다. 길에서 스치듯 지나쳐도 한 번 더 쳐다보지 않을 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죽었다.

죽은 지 7년이 되었다.

장두는 거울 받침 앞에 쪼그려 앉아 그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마치 그 붉은 비 속의 머리카락처럼 엉켜 풀리지 않았다.

죽은 지 7년 된 여자가 그의 꿈에 들어와 그의 입을 빌려 한 마디 말을 하고 피비를 내렸다. 그리고 그를 이곳으로, 이 거울 앞으로 이끌었다. 그녀의 이름, 그녀의 사망일, 그녀가 죽은 장소를 보게 했다.

왜 하필 그였을까?

그는 평생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가 스물네 살에 능력을 각성했을 때,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2019년 8월 14일, 주당이 3층에서 추락했다. 그날이 그녀의 이레째 되는 날, 그는 처음으로 "오늘 우박이 내릴 거야"라고 말했고, 오후에 회사 마당의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그는 계산해봤다. 2019년 8월 14일. 그가 처음으로 날씨를 맞힌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수첩에 적혀 있었는데, 철제 상자 안에 넣어 두고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날짜, 2019년 8월 14일.

그는 일어섰다. 다리가 약간 저렸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종료하고 브라우저를 열었다. 검색창에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바로 두 글자를 입력했다.

주당.

결과는 아침과 같았다. 여전히 그 뉴스, "모 아파트에서 여성 추락사, 경찰 타살 혐의 없음"이었다. 그는 클릭해서 다시 봤다. 여전히 그 몇 줄, 여전히 "모 아파트", 여전히 "타살 혐의 없음".

하지만 이번에는 그 '모 아파트'가 어디인지 알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침실 커튼을 봤다. 커튼 뒤는 베란다였다. 그는 걸어가 커튼을 열었다.

베란다 유리문은 잠기지 않았다. 그는 밀고 나갔다. 베란다는 크지 않았고, 난간은 쇠로 되어 있었으며 녹이 슬어 있었다. 난간에 빨랫줄 하나가 걸려 있었고, 줄은 색이 바래 축 늘어져 있었다. 바닥에는 플라스틱 화분 하나가 있었고, 흙은 완전히 말라 있었으며 마른 가지 하나가 꽂혀 있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3층. 아래는 시멘트 바닥이었고, 분홍색 빗물이 고여 있었다. 빗물 위에 무엇인가 떠 있었다. 머리카락, 가느다란, 검은색, 오늘 아침 자신의 창턱에 있던 것과 똑같았다.

그는 바로 여기서 떨어졌다. 아니, 그녀였다. 그녀가 바로 여기서 떨어진 것이다.

장두는 방 안으로 돌아왔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고개를 숙여 바닥을 응시했다. 바닥은 타일이었고, 흰 바탕에 파란 무늬가 있었으며, 틈새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그렇게 있었다. 핸드폰 화면이 자동으로 꺼질 정도로 오래였다. 방 안은 어두워졌고, 거울 위의 그 글자들만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주당. 2019.8.14. 3층.

그는 갑자기 생각했다. 이 글자들은 언제 스며들었을까? 오늘 아침 그가 말을 한 후였을까? 아니면 더 일찍? 더 일찍이라면, 얼마나 일찍? 7년? 7년 전 그녀가 죽은 날, 이 거울이 글자를 스며내기 시작한 걸까?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집은 7년 동안 비어 있었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 글자는 7년 동안 스며들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았다.

오늘까지는.

그가 올 때까지는.

그는 일어나 천을 다시 거울에 덮었다. 그는 그 글자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떠나야 했다. 돌아가서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 왜 자신이 이 일에 휘말렸는지, 왜 그 여자가 자신을 찾아왔는지, 오늘 아침 그 말이 자신의 말인지 그녀의 말인지 알지 못했다.

그가 아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앞으로 그가 하는 모든 말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침실을 나와 거실을 지나 현관에 도착했다. 그는 뒤돌아 그 빈 방을 바라봤다. 소파, 탁자, 빈 액자, 천으로 덮인 거울. 7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7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것 같지는 않았다. 너무 깨끗했다. 먼지는 새것이었고, 손자국도 새것이었다. 누군가 왔다. 얼마 전에 누군가 왔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는 여전히 어두웠다. 비상등의 초록빛이 희미하게 벽 한 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계단 입구로 걸어갔고, 발소리가 빈 복도에 울려 퍼졌다.

계단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그는 소리를 들었다.

발소리. 위에서 내려오는 소리였다.

그는 멈춰 서서 고개를 들었다.

4층 계단 입구에서 누군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장두는 본능적으로 벽 쪽으로 붙어 길을 비켰다. 그 사람은 빠르게 걸었다. 구두가 시멘트 계단을 밟으며 똑똑똑, 아주 안정된 리듬이었다. 장두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 윤곽만 보였다. 중간 체격에 회색 점퍼를 입고 있었고, 지퍼는 가슴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 사람이 계단 모퉁이를 돌아 장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 순간이었다.

장두는 그 얼굴을 봤다. 평범했다. 너무 평범했다. 마흔 정도 되어 보였고, 네모난 얼굴에 눈썹은 가늘고, 눈은 크지 않았으며, 입술은 얇았다. 사람들 속에 던져 넣으면 1초 만에 찾을 수 없는 그런 얼굴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은 분명히 잠시 멈칫했다. 발걸음이 반 템포 늦춰졌고, 시선이 장두의 얼굴을 스치듯 훑고는 재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재촉해 장두 옆을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똑똑똑. 발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가벼워지더니 마침내 1층에서 사라졌다.

장두는 계단 모퉁이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심장이 매우 느리게, 하나하나 가슴을 쿵쿵 내리쳤다.

그 사람은 4층에서 내려왔다. 이 건물은 4층 위로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그가 올라올 때 봤다. 4층 복도에는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고, 문에는 봉인이 붙어 있었다. 그 사람이 4층에서 내려왔다는 것은 그가 4층에 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4층은 막혀 있었다.

그는 무엇 하러 온 걸까?

또 한 가지. 그가 장두를 보았을 때 왜 잠시 멈칫했을까?

장두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1층. 철문은 아직 반쯤 열려 있었다. 그는 나가서 분홍빛 안개 속에 서서 그 건물을 돌아봤다.

6층. 회색 벽돌. 벗겨진 페인트. 깜깜한 건물 입구.

각 층의 창문은 모두 어두웠다. 오직 3층만, 그가 막 나온 방만 커튼이 완전히 쳐지지 않아 손가락 너비만 한 틈이 보였다. 틈 사이로 나오는 것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틈 뒤에 무엇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몸을 돌려 버스 정류장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그 사람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평범하고, 네모난 얼굴, 가는 눈썹, 얇은 입술. 회색 점퍼, 지퍼는 가슴까지.

그는 기억했다.

그는 이 사람이 누군지, 왜 4층에서 내려왔는지, 왜 7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빈 건물에 나타났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그 사람도 그를 봤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신이 보이길 원하지 않았다.

분홍빛 안개가 허공에 떠 있었고, 가로등 아래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였다. 장두는 안개 속을 걸었고, 등 뒤의 땀은 식어 셔츠에 붙었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넣어 작은 수첩을 만졌다.

그는 꺼내지 않았다. 지금은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내일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을.

독자 한줄평

3층 · 오늘은 피가 내린다 — GlotT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