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심장박동
약 15분석관 안의 공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탁해지고 희박해졌다. 느리면서도 사람을 고문하는 듯한 질식 과정이었다. 마치 독사가 서서히 먹잇감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강형의 매 호흡은 마치 거친 모래를 삼키는 듯했고, 가슴이 오를 때마다 둔탁한 통증이 따랐다. 폐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바늘에 찔리는 듯했다.
더 무서운 것은 추위였다.
배적이 몸에서 발산하는 그 음습한 한기는 평범한 저온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과 피를 뚫고 골수까지 직접 얼려버리는 사적의 한기였다. 강형은 얇은 붉은 비단 혼례복을 입고 있었다. 기쁨과 체면을 위해 지은 옷이 지금은 목숨을 재촉하는 부적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몸을 떨기 시작했고, 여린 몸이 단단한 석벽에 부딪혀 미세한 소리를 냈다.
뒤로 결박된 두 손은 이미 마비되어 있었고,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손끝은 병적인 청자색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녹슨 못을 악착같이 쥐고 있었다. 못의 날카로운 가장자리가 이미 손바닥의 살을 찢고 따뜻한 피가 흘러나왔음에도. 그것이 그녀가 지금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였다.
"네가 떨고 있군." 배적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갑자기 울려 퍼졌다. 마치 죽어가는 먹잇감을 관찰하는 듯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추워서요." 강형은 숨기지 않았고, 숨길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가 맞부딪혀 소리나지 않도록 악물었다. 이러한 생리적인 본능 반응은 절대적인 힘 앞에서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비참했다.
"춥다고?" 배적은 마치 새로운 단어를 들은 듯한 어조로, 강한 조롱을 담아 말했다. 그는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듯한 이 게임을 즐기는 듯했다. "이 정도 추위도 견디지 못하겠다고? 그럼 알겠느냐, 이 석관에서 천 년을 누워 있으면, 영혼까지 얼어붙는 그 맛을?"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고, 난폭함과 원한으로 가득 찼다. 그것은 단순한 추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온 세상에 잊혀지고, 시간에게 버림받은 절망이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손을 내밀어 어둠 속에서 정확히 강형의 손목을 잡았다.
"아!" 강형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은 만년의 얼음처럼 차가웠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순간적으로 팔을 타고 퍼져나가, 그녀의 체내의 피를 모두 얼려버릴 듯했다.
배적의 손가락이 거칠게 그녀의 손목에 묶인 밧줄을 더듬었다. 그 삼베 밧줄은 몹시 팽팽하게 묶여 살에 파고들었고, 강가의 하녀들이 그녀가 도망칠까 봐 특별히 단단히 맨 옭매듭이었다. 그는 이런 속세의 물건에 다소 짜증이 난 듯, 냉소를 흘리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 굵은 삼베 밧줄이 그에게 의해 거침없이, 쉽게 끊어졌다.
끊어진 밧줄은 잘린 독사처럼 미끄러져 떨어졌다. 양손이 자유로워지는 순간, 피가 다시 마비된 사지로 쏟아져 들어와 마비보다 더 견디기 힘든 시큰거림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가져왔다. 하지만 강형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즉시 그 못을 손바닥에 꼭 숨긴 다음, 본능적으로 뒤로 움츠렸다. 몸을 차가운 석벽에 바짝 붙이고 그와의 거리를 벌리려 했다.
"왜? 이제 안 춥냐?" 배적은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말투에 비꼼을 더했다. 그는 그녀가 두려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매우 익숙한, 그리고 가장 혐오스러운 감정이었다. 예전에 그를 이곳에 못 박아 죽였던 사람들의 얼굴에도 이런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고... 감사합니다, 장군님." 강형은 밧줄에 상처 난 손목을 주무르며,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켰다.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지만, 당황함은 줄어들고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기색이 더해졌다.
"고맙다고? 나는 선심을 쓰는 게 아니다." 배적이 냉랭하게 말했다. 마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을 진술하는 듯이. "네가 봉인을 풀 수 있다고 했으니, 얼어 죽으면 내가 누굴 찾겠느냐?"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투가 음산해졌다. 마치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처럼. "게다가, 너를 살려두면, 천천히 고문할 수도 있지."
강형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호랑이와 가죽을 함께 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아니 이 귀왕은, 평범한 사람의 연민 같은 것은 없었다. 그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결단력 있고 과감했으며, 천 년의 감금은 이미 그의 심성을 뒤틀어 놓았다. 그는 언제든지 그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고, 마치 개미를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쉬웠다.
석관 안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좁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강형의 호흡은 급하고 얕았다. 마치 물에 떠오른 물고기처럼. 반면 배적의 호흡은 길고 무거웠으며, 숨을 들이쉴 때마다 주변의 희박한 공기를 모두 빨아들이는 듯했다.
강형은 눈을 감았다. 떠도 보이지 않지만. 그녀는 아까 허운 도사가 밖에서 한 말을 떠올리려 애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귀에는 천서처럼 난해하고 어려운 단어들이었다.
"천년현빙주... 지음지체의 순양지혈..."
그녀는 이 순양지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녀의 피를 모두 빼내는 것일까, 제물로 바치는 가축처럼? 아니면 몇 방울만 필요한 것일까? 그녀는 이것을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이것이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배적은 그녀의 호흡 리듬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일지라도 그의 감지를 피할 수 없었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장군님의 봉인을 푸는 방법을요." 강형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말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생존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쓰며.
"오? 그럼 생각해냈느냐?" 배적의 말투는 숨기려 하지 않는 경멸을 띠고 있었다. 그는 한낱 범인 여자가, 그것도 눈먼 여자가, 무슨 진법을 파훼하는 기술을 알 리가 없다고 믿었다. 당시 이 진법을 세운 것은 수십 명의 정상급 현문수사들이었고, 무수한 천재지보와 심혈을 쏟아부어야 그를 여기에 가둘 수 있었다.
"도사님 말씀으로는 제 피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강형은 숨기지 않았다. 이런 때는 솔직함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었다. 천 년을 산 괴물을 속이는 것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장군님은... 아시나요?"
배적은 침묵했다.
천 년의 시간, 그는 수없이 이 망할 석관을 뚫고 나가려 시도했다. 매번의 발버둥은 영혼이 찢기는 듯한 고통만을 가져왔다. 그 현빙주는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그를 속에 단단히 가두고, 그의 힘과 의지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피.
그는 당연히 피의 작용을 알고 있었다. 당시 그를 진압하기 위해 사람들은 현빙주뿐만 아니라 주사와 검은 개 피를 사용해 관 안에 가득 부적을 그려 넣었다. 그 부적들은 마치 그의 영혼에 새겨진 낙인처럼, 매 순간 그를 불태우며 고통스럽게 했다.
오직 지음지체의 피만이 그 강한 부적의 힘을 중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 피에 순양의 기운까지 담겨 있다면, 봉인을 풀 뿐만 아니라... 실체를 다시 응집시켜, 한때 자랑스러워했던 힘을 회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런 수동적인 느낌이 싫었다. 나약한 인간에게 의존해야 하는 이 느낌이 싫었다. 이 느낌은 자신이 구걸하는 자가 된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그것은 그에게 죽음보다 더 견디기 힘든 굴욕이었다.
"모른다." 그는 딱딱하게 세 글자를 내뱉었다. 마치 차가운 돌멩이가 땅에 떨어지는 듯했다.
강형은 잠시 멈칫했다. 그조차 모른다면, 그들은 함께 여기서 죽어야 하는 것일까? 이 유일한 희망의 불꽃이 이렇게 꺼져버리는 것일까?
공기는 점점 더 희박해졌다. 그 질식감은 더 이상 느린 교살이 아니라, 급박한 압박으로 변했다. 강형은 어지럽고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환영이 눈앞에 나타났다. 오색찬란한 광점이 원래 캄캄했던 그녀의 시야에서 춤추고 있었다. 그녀는 이것이 극도로 산소가 부족한 징후임을 알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더 기다리면, 그녀는 손바닥을 그을 힘조차 없어질 것이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억지로 마지막 남은 정신을 추슬렀다. 죽음이 정해졌다면, 그녀는 살기 위해 노력하는 길에서 죽을 것이다. 결코 손놓고 기다리지 않았다.
"장군님, 실례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손에 든 녹슨 못을 들어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손바닥을 그었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마치 자기 손이 아닌 것처럼.
"쉬이익-"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이 느껴졌다. 못이 거칠게 살과 가죽을 찢었고, 따뜻한 피가 즉시 흘러나왔다. 핏방울이 차가운 석판에 떨어져 아주 미세한 "똑똑" 소리를 냈다.
이 어둡고 고요한 석관 속에서, 피비린내가 순간적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매우 특별한 냄새였다.
살아있는 사람의 피였다.
순음의 체질이면서도,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매우 강력한 순양의 기운을 지닌 피였다.
배적의 호흡이 갑자기 멈췄다.
천 년 만에, 그는 이토록 유혹적인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마치 불덩어리 같아서, 그가 오랫동안 메말랐던 영혼을 순간적으로 불태웠다. 그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고, 두 눈은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반짝였다. 마치 배고픈 늑대처럼 강형의 피 흐르는 손바닥을 노려보았다. 그 갈망은 천 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본능이었다.
"네가 미쳤냐?!" 그는 갑자기 달려들어 그녀의 피 흐르는 손목을 붙잡았다. 힘이 너무 세서 그녀의 뼈가 으스러질 지경이었다.
"미치지 않았어요." 강형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시도하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요."
그녀는 발버둥 치며 피를 석벽에 바르려 했다. 그녀는 부적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마치 눈먼 파리처럼 맹목적으로 더듬으며 어둠 속에서 생명의 길을 찾으려 했다.
"꼼짝 마!" 배적이 낮게 포효했다. 목소리에는 곧 폭발할 듯한 감정이 억눌려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따뜻한 피에 닿았다. 그 순간, 이상한 힘이 그의 손끝을 타고, 마치 무너진 둑의 홍수처럼 그의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한 상쾌함이었다. 영혼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고통이 기적적으로 조금 줄어든 듯했다. 마르고 메말랐던 경맥이 마침내 감로를 맞이한 듯했다.
정말 효과가 있었다.
배적의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에 온몸을 떨면서도, 여전히 입술을 굳게 깨물며 신음 하나 내지 않는 이 눈먼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분명 죽을 만큼 두려워했고, 숨 쉴 때마다 떨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이토록 잔혹할 수 있었다. 이 잔혹함, 살기 위한 이 집착은 그에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함을 느끼게 했다.
"어디에 발라야 합니까?" 강형이 헐떡이며 물었다. 그녀의 힘은 피와 함께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세상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불규칙해졌다.
배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손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기서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고, 치명적인 유혹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숙여 그녀의 피 흐르는 손바닥을 입에 물었다.
강형은 온몸이 움찔했고,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충격, 믿기 어려움, 그리고 극도의 공포가 가득했다.
"당신..."
차가운 혀가 그녀의 상처를 핥았다. 소름 끼치는 탐욕과 조급함이 담겨 있었다. 배적이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봉인을 푸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되고 사악한 의식을 진행하는 듯했다. 약탈과 피약탈의 의식.
피가 빠져나감에 따라, 강형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그녀는 차가운 바닷물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조금씩 가라앉고, 주변의 빛은 어둠에 조금씩 삼켜지고 있었다. 발버둥 치고 싶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그녀가 완전히 의식을 잃으려는 순간, 석관 안에 갑자기 격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이 진동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석관 재질의 내부에서 폭발한 것이었다.
석벽에 새겨진, 이미 석관과 하나가 된 부적들은 강형의 피에 담긴 기이한 힘에 닿자, 마치 깨어난 흉수처럼 눈부신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우두두두" 하는 파열음과 함께, 그동안 석관을 감싸고 있던, 무적의 그 보이지 않는 힘이 마치 칼날에 찢긴 듯 틈이 생겼다.
배적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입술에는 그녀의 붉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고, 어두컴컴한 석관 안에서 더욱 요사스러워 보였다.
그는 느꼈다.
천 년의 봉인이, 마침내 느슨해졌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방금 회복한 아주 약간의 힘을 응집했다. 이 힘은 미약했지만, 이미 균열이 생긴 진법에는 충분했다. 그는 주먹을 휘둘러 머리 위의 석판을 향해 내리쳤다.
"쿠웅—"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굉음. 천 년 동안 그를 누르고 있던 무거운 석관 뚜껑이 거대한 힘에 의해 억지로 날아가 버렸다. 바깥 흙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충돌음을 냈다.
오랜만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밀려들었다. 흙 냄새와 밤의 한기가 섞여 있었다.
강형은 탐욕스럽게 숨을 들이쉬었다. 신선한 공기가 그녀의 메마른 폐를 찔러 심한 기침을 일으켰지만, 이 고통이 그녀를 더할 나위 없이 다행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살아났다.
배적이 석관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천 년의 감금 끝에, 그는 마침내 다시 햇빛을 보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창백한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비록 지금은 밤이었지만, 이 희미한 달빛이 그의 눈에는 몹시 따갑게 느껴졌고,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감각을 느꼈다. 이것이 자유의 냄새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아직 석관에 축 늘어져 있는 강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망가진 헝겊 인형처럼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고, 붉은 혼례복은 흙과 피로 뒤덮여 있었으며,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고, 손바닥에서는 여전히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배적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이 눈먼 여자가 자신을 구한 것이다. 자신의 운명조차 제어할 수 없는 폐물이, 천 년 동안 그를 가둔 죽음의 국면을 풀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구원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자신 배적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장악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
그는 허리를 굽혀 차가운 손가락으로 다시 그녀의 턱을 집어 올려 고개를 들게 했다. 그녀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이렇게 우월한 위치에서 통제하는 느낌을 좋아했다.
"잘 해냈다." 그의 목소리는 밤바람 속에서 유난히 낮고, 희미하게 감지하기 어려운 놀림 섞인 어조가 섞여 있었다. "보상으로, 당분간은 너를 죽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형이 나지막이 웃었다. 그 미소에는 약간의 씁쓸함과 조롱, 그리고 목숨을 건진 데 대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장군님의 보상이 참…… 후하시군요."
배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그녀의 그런 어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그 어조가.
바로 그때, 먼 곳에서 뒤섞인 발소리와 횃불 불빛이 들려오며 밤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빨리! 저기야! 방금 소리가 났어!"
"그 망할 계집애가 도망가지 못하게 해! 시기를 놓치면 부인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강씨 가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석관이 부서지는 굉음을 듣고 가병들을 데리고 확인하러 온 것이다.
강형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목까지 치솟았다. 잡혀 돌아간다면 강 부인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보다 더 무서운 고문이었다.
"장군님……" 그녀는 본능적으로 배적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천 년의 세월 때문에 천은 이미 다소 약해져 있었지만, 그녀는 마지막 구명줄을 붙잡은 듯 죽을 힘을 다해 움켜쥐었다. "저를 데려가 주세요."
배적은 피 묻은 그 손을,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먼 곳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잔혹한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나에게 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