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월광이 돌아오자, 대역 아내는 연기를 접었다

새벽

약 8분

소파가 뼈가 아플 정도로 불편했다.

심치(沈栀)가 그 비싼 이탈리아 핸드메이드 소파에서 일어났을 때, 하늘은 음산한 회색빛이었다. 그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뜨고 창밖의 어둠이 조금씩 희미해져 정원에 있는 자귀나무의 흐릿한 윤곽이 보일 때까지 바라보기만 했다.

목이 녹슨 것처럼 뻣뻣했다. 그녀가 움직이자 관절에서 작고 선명한 소리가 났다.

드레스룸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그녀를 밤새 괴롭혔던 상아색 피시테일 드레스는, 육경년(陸景年)이 벗겨낸 후 벨벳 신발걸이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구겨지고 초라해진 모습은 억지로 벗겨낸,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매미 허물 같았다. 3년 동안, 그녀는 새벽이 되면 가장 먼저 그 드레스를 항온 옷장에 걸어 다림질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왔다. 처음으로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욕실에도 가지 않았다. 육경년이 지정한 에센셜 오일 목욕도 하지 않았고, 임시(林詩)를 흉내 낸 단정한 쪽도 찌지 않았으며, 손목과 귀 뒤에 '야간비행'이라는 튜베로즈 향수도 뿌리지 않았다.

그녀는 맨발로 차갑고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을 밟았다.

발바닥에서 날카로운 냉기가 전해져, 밤새 혼란스러웠던 그녀의 머리를 얼음물을 끼얹은 듯 순간적으로 맑게 했다. 그녀는 끝이 없을 듯 긴 복도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텅 빈 별장에는 맨발이 바닥에 닿는 가볍지만 선명한 발소리만 울렸다. 그 소리는 이 집이 살아 있다는 것, 단지 다른 여자의 규칙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운서별원(雲棲別院)이 이렇게 크고, 이렇게 텅 비었으며, 이렇게 차갑다는 것을 느꼈다.

주방에서는 벌써 움직임이 있었다.

심치는 문 앞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제복을 입은 두 명의 하인이 조리대 앞에서 마치 프로그램된 기계처럼 능숙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명은 조심스럽게 연노란 스크램블 에그를 본차이나 접시에 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집게로 종잇장처럼 얇은 블랙 트러플을 정확하게 스크램블 에그 위에 올리고 있었다.

진하고 강렬한 향기가 풍겨 나왔다.

프렌치 스크램블 에그에 블랙 트러플, 살짝 구운 통밀빵과 작은 컵의 핸드드립 블루마운틴 커피가 곁들여졌다. 이것은 임시의 아침 식사였다. 그녀가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할 때 매일 아침 이렇게 먹었다고 한다.

3년 동안, 심치의 아침 식사도 이 메뉴였다. 그녀는 줄곧 이것이 육경년이 통제자로서 가진 깔끔함 때문에, 집안 모든 사람의 식단이 건강하고 정확한 영양 비율을 따르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녀는 육경년이 자신에게 꽤 잘해 준다고, 적어도 먹고 입는 것에 있어서는 인색하지 않다고 여겼다.

이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무슨 건강 비율이랄 게 없다. 그는 그저 **대역** 하나를 위해 메뉴 한 세트를 더 외우기 귀찮았을 뿐이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입맛까지 임시의 모양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정말 가소로웠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밥과 장아찌를 먹고 자란 남쪽 도시 출신의 소녀가, 왜 이렇게 느끼하고 돈이 많이 드는 서양식 아침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접시를 정리하던 젊은 하녀가 그녀를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님, 일어나셨군요. 아침 식사 곧 준비됩니다."

심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임시'를 위해 준비된 아침 식사 접시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는 하녀가 당황하며 낮춘 목소리가 들렸다.

"마님 오늘 왜 그러지? 머리도 안 빗고, 신발도 안 신고……"

"모르겠어, 게다가 평소에는 여덟 시 정각에 내려오지 않나?"

"쉿, 말하지 마, 나리께서 아직 서재에 계셔……"

그 소리는 곧 사라졌다. 심치는 정원으로 통하는 유리문을 열었다. 새벽의 습기를 머금은 미풍이 얼굴을 스치며 그녀의 맨 살갗에 소름이 돋게 했다. 하지만 이 추위가 오히려 기분 좋았다.

자귀나무가 정원 중앙에 조용히 서 있었다.

회청색의 엷은 안개가 나무를 감싸고 있었고, 분홍색 털실 공처럼 생긴 꽃들이 안개 속에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비현실적이고 처절한 아름다움이었다.

심치는 걸어가 나무 아래 하얀 긴 의자에 앉았다. 엉덩이에 닿는 차가운 철제 감촉이 발바닥의 감각과 이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귀꽃을 바라보았다. 문득 3년 전, 육경년이 처음으로 그녀를 이곳에 데려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이 나무를 가리키며, 좀처럼 보기 드문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자귀꽃을 좋아하니?"

그녀는 그때 영광스러워하며, 이것이 자신에게 호의를 표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그녀는 정말로 자귀꽃을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꽃말을 찾아보고, 습성을 알아보고, 심지어 그림으로 그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녀는 그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취향'에 다가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가 그때 물은 것은 애초에 그녀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통해,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묻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동자 속 모든 다정함은 애초부터 그녀 심치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심치는 고개를 숙여 긴 의자의 팔걸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거기에는 칼로 새겨진 두 글자가 있었다.

임시(林詩).

글자는 깊고, 필체는 날카로웠으며, 거부할 수 없는 강함이 느껴졌다. 보자마자 육경년의 솜씨임을 알 수 있었다. 새겨진 자국은 꽤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비와 바람에 침식되어 흐릿해졌지만, 그 두 글자는 여전히 차가운 철제 위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일종의 주권 선언 같은 낙인이었다.

그렇구나.

이 나무도, 이 의자도, 이 정원 전체도, 모두 다른 여자의 것이었다. 그녀는 단지 임시로 허락받아 이곳에 앉아, 타인의 풍경을 구경하는 지나가는 손님에 불과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차가운 손끝이 살며시 한 획 한 획 그 두 글자를 따라 그렸다.

"임(林)".

"시(詩)".

모든 굴곡, 모든 획의 끝마다, 마치 육경년이 그녀의 손을 직접 잡고 다른 여자의 이름을 쓰는 법을 가르치는 듯했다. 그 기분은 어젯밤 그 편지를 보았을 때보다 더 역겨웠다. 편지는 임시가 쓴 것이었고, 도전장이었다. 하지만 이 새김은 육경년이 남긴 것이었고, 죄증이었다.

그가 직접 이 별장의 구석구석에서 그녀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 버린 증거였다.

그녀는 갑자기 웃음이 나려고 했다. 이 3년간의 자신의 어리석음이, 다른 여자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 앞에서 3년이나 깊은 정을 연기한 자신이.

그녀는 완전히 세기말적인 바보였다.

바람이 다시 불어 안개를 조금 걷어 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아주 약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심치는 손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그 차가운 집 안으로 걸어 돌아갔다.

이제 그녀의 것을 되찾을 때였다.

본관으로 돌아오니 집 안은 여전히 소름 끼치도록 조용했다.

심치는 2층으로 올라가 육경년의 서재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겁고 조각된 나무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어젯밤의 히스테리한 국제전화 소리는 사라졌다. 그 대신 아주 복고풍의,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타격음이 들려왔다.

딱.

딱딱.

딱.

타자기 소리였다. 육경년은 독일산 구식 타자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으로 글을 쓰면 완전한 집중과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문서, 또는…… 가장 중요한 편지를 쓸 때만 그것을 사용했다.

심치는 문 맞은편 벽에 기대었다. 차가운 벽체가 그녀의 드러난 등을 전율하게 했다. 그녀는 그렇게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는 아마 임시에게 답장을 쓰고 있는 거겠지.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그 타자기로, 한 글자 한 글자, 그의 그리움과 달래는 말, 약속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아마 그녀에게 말할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곧 이곳의 모든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처리하고 그녀를 데리러 가겠노라고.

그리고 그녀 심치는, 그 '중요하지 않은' 일 중 하나였다.

타자기 소리는 리듬감이 있었다. 매번 맑게 울리는 타격음은 마치 작은 망치처럼,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그녀의 '결혼'이라는 이름의 뼈를 정확히 때리고 있었다.

딱.

금이 한 뼘 더 깊어졌다.

딱딱.

뼈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딱.

고통은 이미 마비되었다.

심치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입가는 저절로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가 이 편지를 다 쓰고,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면, 그는 받는 사람의 주소는 완벽히 알고 있지만, 그 서명란, 거기에 '당신만의 경년(景年)'이라고 쓰여야 할 그 자리에는, 더 이상 아무도 이름을 쓸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그녀는 그 규칙적이고,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타격음을 들으며, 문득 이 소리가 정말 듣기 좋다고 느꼈다.

그것은 연애 편지를 쓰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우스꽝스럽고도 가엾은 3년간의 결혼 생활을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가장 정확하고 가장 냉혹한 묘비명을 써 내려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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